<성과지표의 배신>, 제리 밀러
학교 도서관 지나가다가 발견한 책인데 재밌게 잘 읽었다.
사실 성과지표 관련해서 책 찾으러 간 것이었는데 정작 빌리려던 책은 내용이 별로라 안 빌리고 이 책만 빌려서 옴.
저자는 역사학과 교수고 대학에서 경제학사를 가르치고 있다.
책에서 주로 제시되고 있는 개념들을 살펴보면, 측정지표, 책임성, 효과성, 투명성, 측정 강박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측정 지표들을 통해서 투명성과 효율성을 담보하고 그것을 해당 조직의 책임과 연결시키려는 노력들이 있으며, 이것들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짚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중등교육과 의료계를 들 수 있다.
미국 중등교육의 경우 performance indicator를 읽기 점수 등으로 잡게 되는데 이 경우 해당 학교의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 다른 교육들은 잠시 제쳐두고 해당 교과목들만 집중적으로 수업하는 등 curriculum alignment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의료계에서도 마찬가지인데, 환자의 생존률을 성과지표로 삼은 경우 환자 골라받기가 문제시 될 수 있으며, 구급환자의 경우 4시간 안에 입원시켜야 한다는 룰 때문에 구급차에서 못 내리게 하고 4시간 안에 입원 수속을 마칠 수 있도록 조치를 한 뒤에야 구급차에서 내리게 해 줬다는 사례도 등장한다.
[내가 올 해 초에 핸드폰 바꿀 때 비슷한 경험을 했다. 매점 내 2km이상 떨어진 곳에서 개통을 해야된다는 법이 있었는데, 폰 가게 사장님이 차타고 신호등 있는데 까지 가서 개통해주고 돌아오셨다. 뭐하는 짓인가 싶더라. 규제로는 소비자를 막을 수 없다.]
이런 문제에는 공무원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전문가를 관리자들이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이들과 긴장관계를 유발하게 된다. 전문가들의 업무는 오랜 시간 교육과 훈련, 소명의식 등을 통해 헌신하는 마음에 비롯되어 움직여야 하는 이른바 내재동기의 영역인 반면, 관리자들은 외재동기의 영역에서 이들을 컨트롤하려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대학 평가시에도 데이터를 무리하게 제공하고 꾸미는데 불필요한 시간을 소요할 수 밖에 없게 된다. 타대학에 뒤쳐질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은 이것이다.
정말로 KEY PERFORMANCE INDICATOR가 KEY PERFORMANCE를 측정하고 있는가? 측정이 가능해도 쓸모없는 정보도 있으며 측정이 불가해도 가치있을 수 있지 않은가?
이러한 KPI의 문제는 다음과 같다.
1. 가장 측정하기 쉬운 요소를 측정한다.
2. 원하는 결과가 복잡하다면 단순하고 측정 가능한 것을 측정해서 결과로 삼는다.
3. 결과가 아닌 투입을 측정한다.
4. 데이터의 표준화를 통해 정보의 질을 하락시킨다.
5. 고객을 선별하여 받는다.
6. 기준치를 하향 조정한다.
7. 데이터를 왜곡하거나 생략하여 수치를 개선한다.
8. 위법한 일을 저지르도록 만든다.
이러한 행태는 유사점이 차이점보다 더 중요하다고 가르치고 있다. 특히 공무원들은 자신이 전략이나 전술에 무지하다는 것에는 관심이 없으며 내용에 상관없이 관리할 수 있다고 믿으며, 숫자에 함몰되기 시작한 사람들은 측정불가한 단면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가령 전장에서 적군을 몇 명 살상하였는지 등은 전쟁에서 KEY PERFORMANCE가 아닐 수 있다. 오히려 상대의 결기를 돋우거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교나 정치적 토론 등에서는 이러한 노력이 무용해 질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이토록 측정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1. 판단에 대해 불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숫자는 정확해보이고 투명하고 객관적이라는 환상을 심어준다.
2. 전문직 비판, 선택의 신격화에 대한 풍조 때문
3. 리더가 조직의 복잡성을 모두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4. 스프레드 시트의 발전을 통해 심층적 분석이 가능해졌다는 거짓된 믿음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룰을 공공관리 영역에도 도입하기 시작했으며 비영리 기관은 무능하며 비용상 비효율을 초래한다고 믿게 되었고, 이것이 신공공관리라는 흐름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외적보상과 내적 보상은 상황과 형편에 따라 다르게 발현되기 마련이다. 언제 최적의 보상효과가 발휘되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학의 성과관리를 하는 입장에서 매우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부의 경우도 다양한 평가를 통해 대학의 목줄을 잡고 있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의 경우 사람들이 대학에 모여 며칠 밤을 새는 일도 많고, 심지어 모 대학 교수님 자살 등의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지역대학들 간의 경쟁 심화로 서로 간의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서 오히려 비효율적이고 비교육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비단 대학 기본역량진단 뿐 아니라 기관인증평가, 각종 인증 평가, 교양 교육 컨설팅 등 수많은 평가도구를 가지고 대학을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장 크리티컬한 기준인 대학기본역량진단을 절대평가로 바꾸고 핵심지표로 삼을 수 있는 양적지표만을 제시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